서울 문래 창작촌 간판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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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판다는 날입니다.

오늘은 ‘힙’ 한 동네 간판 스케치 네 번째, 서울 문래 창작촌 간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간판 스케치는 오랜만이죠? 거의 한 달 동안 폭염이 이어지면서 여유롭게 동네를 다니며 간판을 둘러볼 엄두가 나질 않더라구요. 이제 제법 날씨가 선선해졌으니 또다시 열심히 다녀볼 생각입니다 🙂


문래 창작촌에 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꽤 오랜만의 방문이었는데요. 몇 년 전 방문했을 때 보다 더 많은 가게가 생겨난 것 같았습니다.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며 가게를 찾아다니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기계 소리와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들이 제법 잘 어울리며 사람들의 눈과 귀를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골목길 탐방 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문래 창작촌 : 일제 강점기에 방적공장이 들어오면서 공장과의 인연이 깊어진 곳입니다. 당시 방적기계를 ‘물래’ 라고 부르면서 이곳의 지명인 ‘문래동’ 이 자리 잡혔다고 합니다. 70년대 문래동은 공업단지를 이루며 노동자와 기계들의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80-90년대 문래동은 국내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했던 지역이었고 이에 서울시는 철강판매 상가를 외곽으로 이전시키려 했습니다. 이후 문래동의 철강산업은 쇠퇴했고 빈자리도 늘어갔습니다. 비슷한 시기, 홍대와 상수 일대의 비싼 임대료로 저렴한 작업 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고 예술과 철공소가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제법 잘 정비된 간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 환경개선 사업으로 정비된 간판들입니다. 훨씬 더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긴 하지만 너무 획일화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모두 이어져있는 하나의 가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RUST BAKERY (러스트 베이커리)

 

이곳은 원래 공장이었을까. 주택이었을까. 1, 2층으로 이루어진 꽤 넓은 공간의 베이커리 카페입니다. 시멘트 바탕에 꾸미지 않은 듯 무심하게 쓰여있는 ‘RUST BAKERY’라는 글자가 옛 공간을 개조한 카페에 잘 어울립니다. 해가 지면 간판은 잘 보이지 않겠지만 공간 자체가 크고 유리창 내부가 잘 보이기 때문에 가게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유리창 너머로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오면 아치형으로 된 벽돌 입구가 있습니다. 입구 위에 달린 포인트형 간판은 네모난 박스 안에 조명을 넣고 달아준 것인데 조금 새로운 형태였습니다. 저녁이 되면 이 포인트 간판은 톡톡히 자기 몫을 할 것 같습니다 🙂

 

OLD MULLAE (올드 문래)


 

폐 공장에서 근사한 카페&펍으로 변신한 올드문래입니다. 가게가 보이기 전부터 ‘올드문래’라고 쓰인 빨간 네온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은 생뚱맞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미리 가게의 존재를 예고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손님들은 가게를 찾기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그리고 좁고 낡은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고개를 들면 보이는 세련된 간판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옛 공장에 영어로 쓰인 빨간 네온 간판은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성수동의 ‘어반소스’ 가 생각나더라구요. 건물과 반대되는 분위기의 간판이 주는 효과가 여기에서도 나타납니다. 물론 오후 6시가 지나면 이곳은 수제 맥주를 파는 ‘펍’으로 변신하기 때문에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

 

 

문래 창작촌의 골목을 다니다 보면 이런 메세지가 쓰인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평일의 경우 생계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무자비하게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겠죠? 골목이 좁아서인지 이런 메세지가 더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EALLUM (일럼)

 

문래 창작촌의 천연화장품 공방 일럼입니다. 골목길을 걷다 꽤 독특한 모양의 돌출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돌출간판은 가게의 모서리, 사각지대, 벽면에 포인트로 나와있는 간판입니다. 하지만 일럼의 간판은 가게의 벽면을 잘 활용한 간판이었습니다. 전면 간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어서 어느 방향에서 봐도 공간의 존재감이 잘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민트색의 창틀은 가게의 포인트로, 골드 색상의 로고 시트는 고급스러움을 더합니다.

 


 

문래 창작촌 골목에서는 얼굴을 형상화한 나무 작품도 만날 수 있습니다. 숲공방 사장님께서 주인의 얼굴을 나무로 형상화해서 붙여놓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문래숲’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나무 문패로 만들어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보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띠끄 빈


 

아쉽게도 쉬는 날이었는지 직접 매장 안을 볼 수는 없었던 브띠끄 빈입니다. 검색해보니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업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해 마련된 온오프 공간이라고 합니다. 옷의 디자인 단계부터 생산자와 소비자가 좀 더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는 co-work 방식을 지향합니다.

아마도 이곳은 직접 검색해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은 옷을 대량으로 제작, 판매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판도 크거나 튀지 않습니다.

 

쉼표 말랑

 

정갈한 퓨전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쉼표 말랑입니다. 이곳의 간판은 출입문 옆쪽 위에 보이는 작은 네모 모양의 간판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음식 메뉴를 나타내는 입간판과 출입문에 붙어있는 밥그릇 모양의 시트지로 어떤 가게인지는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간판이 크지 않아서 ‘쉼표 말랑’이라는 상호처럼 한 템포 천천히 가게를 둘러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게 외부부터 내부까지 나무로 된 소품들이 많았습니다. 나무로 된 소품은 왠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가게 처마 위에 보이는 고양이 조형물마저 정겨운 가게의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는 것 같았습니다.

 

 

매달려있는 ‘대산’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이것 역시 문래 창작촌 작가들이 철공소의 특성을 반영하는 간판 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참 별것 아닌 것 같은데도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글자가 골목의 포인트처럼 귀여웠습니다. 꼭 특별한 간판, 조형물이 아니어도 충분히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던 순간입니다.

문래동 간판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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